영화 용의자 X: 논리와 사랑이 엮은 알리바이라는 작품
논리와 사랑, 꽤 신기한 결합이다. 사랑은 비이성적, 비논리적이라고 평가받는 감정이니까.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성이 반쯤 마비된다. 평소 같으면 하지않았던 일을 행동하게 될거야. 논리와는 상반되는 선택을 한다.
<용의자X>의 천재 수학자 석고는 달랐다. 화선을 향한 석고의 사랑은 그의 논리성과 맞아떨어져 작품을 만들어냈다. 완벽한 알리바이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 그가 견지한 사랑은 논리를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논리를 기반으로 화선에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선사했다.용의자 X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가 2009년 발매되었으니 한국편 용의자 X는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가 된다. 일본 영화를 볼 수 없어 영화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용의자 X는 완전히 멜로드라마로 소화된 영화였다.
잠복하는 형사들을 피해 대화까지 신중하게 계산해 나간 장면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조카 윤아와 평화로운 생활을 하던 화성 집에 남편이 들어온다. 전남편은 폭력을 행사하고 화선과 윤아는 그를 죽인다. 옆집에서 소리를 듣고 찾아온 석고는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평소 좋아하던 화선을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계획한다.
여러모로 형사가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원작이 워낙 탄탄한 만큼 내용 면에서 아쉬움이 없었다. 다만 사건이 충분히 진행된 점은 아쉽다. 화선을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민범이 석고 동창으로 등장하지만 머리가 너무 좋아 늦지 않게 사건의 전말에 접근한다. 석고 동문으로 설정된 점은 형사로서 너무 유리한 처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조금 더 석고 쪽으로 기울면 더욱 다양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정말 힘든 알리바이다 내가 원작을 읽지 않고 봤더라면 석고의 치밀함에 감탄했을 텐데. 어떤 알리바이를 설계했는지 이미 알고 있어 반전의 강도는 적었다.배우 류승범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압도적 존재감으로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여기서의 '압도적'은 대단한 풍채나 목소리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구부정한 허리, 작은 목소리, 내성적인 천재 수학자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표현한다. 드문드문 비치는 광기도 좋았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나도 석고를 한동안 의심했다. 옷이 좀 화려해요. 화장도 짙어 이달에 수도료가 많이 나왔는데요라는 석고의 대사와 목소리 톤까지 스토커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 역시 화선에 완벽한 알리바이를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점에 나도 놀랐다. 무엇보다 공중전화로 매일 같은 시각에 통화하는 것도 스토커인 척하기 위해서였다니.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남자그 죗값을 한 남자완벽한 알리바이 때문에 자신의 퇴로까지 차단한 남자. 아아, 사랑이란 무엇일까. 애인도 아내도 아닌 여자를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랑의 깊이를 나는 감히 짐작하지 못했다. 엔딩 레딧이 올라온 뒤 한동안 그 사랑에 압도당했다.
호송되는 석고를 보내고 주저앉은 화선의 감정을 잠시나마 공유했다.







